살면서 누군가는 다이어리에 몰두한 시기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과거 일기 다시 읽기-나를 돌아보는 리라이팅 아카이빙에 대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춘기의 휘갈긴 감정, 성인이 되어 처음 마주한 실패, 여행지에서의 흥분된 감탄…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기록’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기 자신과 마주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록을 다시 읽고, 다시 써본 적이 있나요?
이 글에서는 “과거 일기 다시 읽기”를 통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연결하고, 리라이팅 아카이빙(Rewriting Archiving)을 통해 자기 이해와 치유, 나아가 창작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일기 다시 읽기, 낯설고도 반가운 마주침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
오래된 노트, 구글 드라이브에 묻혀 있던 텍스트, 스마트폰 메모 앱에 남아 있는 짧은 단상들. 다시 읽기란 그 글을 ‘현재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과정입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미숙했을 수도, 혹은 더 단순하게 진실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이 감정은 여전히 유효할까?”
“이 시기의 나는 무엇을 가장 필요로 했을까?”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장 그 자체보다도 그 뒤에 있는 감정과 맥락, 그리고 그때의 삶의 결을 읽게 됩니다.
감정의 시간차를 견디는 법
어떤 일기는 읽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떤 문장은 부끄러워 책장을 덮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낯섦을 인내하고 지나가는 일입니다.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기록은 훨씬 더 많은 걸 알려줍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취약해졌는가?
반복되는 패턴은 무엇인가?
내 감정의 언어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읽기란 곧, 자기 패턴을 알아차리는 훈련입니다. 글이 단서가 되어, 무의식이 의식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죠.
리라이팅 아카이빙: 다시 쓰기, 나를 새롭게 재해석하기
‘다시 쓰기’란 단순한 편집이 아니다
리라이팅 아카이빙은 과거의 글을 현재의 나의 시선으로 재구성하거나 반응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단순한 수정이 아니라 다층적 자기 대화입니다.
💡 예시:
과거 일기를 읽고, 그 옆에 현재의 내가 ‘코멘트’를 다는 방식
감정이 휘몰아친 일기를 ‘3인칭 시점’으로 바꿔보기
그 시절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는 리라이팅
이처럼 다시 쓰기는 나를 객관화시키는 힘을 지니며, 동시에 과거의 나에게 감정적으로 화해하거나 위로할 기회를 줍니다.
아카이빙의 한 방식으로서 리라이팅
보통 아카이빙은 정리와 보존의 관점으로만 생각됩니다. 그러나 리라이팅은 기록을 “생산적으로 되살리는 방식”의 아카이빙입니다.
이야기의 재구성: 예전 일기를 바탕으로 수필, 시, 픽션으로 전환
테마별 묶음 정리: “분노의 시기”, “낙관주의의 시기” 등으로 정리
글-감정 매핑: 각 일기 항목에 감정 태그(분노, 희망, 우울 등)를 붙여보는 정리법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과거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기록을 매개로 현재를 조직하는 주체로 거듭나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로 — 지속 가능한 글쓰기 루틴 만들기
일기 아카이빙이 주는 심리적 회복력
우울하거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과거의 일기를 읽고 다시 써보는 것은 때로 자기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가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기 재해석 활동은 감정의 명료화와 자아의 통합을 도우며 심리적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은,
더 이상 그 기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실천 루틴: 주 1회, 감정과의 문장 재구성
아래는 추천할 만한 리라이팅 아카이빙 루틴입니다.
과거 일기 선택
일주일에 한 번, 예전 일기나 메모에서 1편을 고르기
읽기
당시의 정황, 감정, 표현 방식 등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리라이팅 방식 택하기
코멘트 달기, 편지 쓰기, 픽션화 등 중 하나 선택
기록 정리
원본과 리라이팅본을 함께 보관 (노션, 수첩 등)
메타노트 작성
“무엇을 느꼈는가?”, “이 기록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가?” 등 메모 남기기
이러한 루틴은 지속 가능한 아카이빙의 출발점이 됩니다.
리라이팅은 삶을 편집하는 기술
삶은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축 위에 있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기록하고 다시 읽고 재구성함으로써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비추는 등불이 됩니다.
과거의 일기를 다시 읽는다는 건,
과거의 ‘나’를 안아주는 일이며,
리라이팅 아카이빙은 그 기억을 나의 철학과 예술로 변환하는 여정입니다.
오늘, 한 편의 오래된 일기를 꺼내 읽어보세요.
그 속에는 지금의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 함께 해볼 실천법:
오래된 일기 파일 열기 or 노트 꺼내기
‘그때의 나에게 편지쓰기’ 10분 실습
과거의 글을 새로운 형식(수필, 시 등)으로 재해석하기
‘일기 리라이팅 북’ 만들어보기: 원문 + 다시 쓴 글 + 오늘의 나의 생각